볼링 입문, 장비 30만원어치 아무것도 모르고 샀다

Strike Zone Pro Shop displays bowling equipment and serves customers

볼링을 시작하던 날, 아무것도 모른 채 프로샵에서 30만원을 긁었다. 원래는 친구들과 재미로 술 한잔하고 볼링을 치는 정도였는데, 치다 보니 동작이나 원리를 조금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. 그렇게 장비에 대해 일절 모르는 상태에서 순수 취미로 볼링을 시작하게 되었다.

처음 장비를 살 때 신발, 가방, 공까지 다 포함해서 30만원 정도를 지출했다. 당시에는 공에 들어가는 코어나 스펙, 커버스톡 재질 같은 전문적인 지식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프로샵 직원이 추천해 주는 걸로 그냥 구매했다. 당시에 직원이 내 손에 맞게 지공을 해주면서 여러 가지 설명을 해주긴 했지만, 첫 장비를 맞춘다는 설렘에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. 그저 내 공이 생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좋았고 빨리 레인에 서서 공을 굴려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.

그렇게 한두 달 동안 첫 장비로 열심히 볼링장을 다니면서 치다 보니 볼링이라는 운동의 깊이를 점점 느끼게 되었다.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인 지금 와서 느끼는 건 처음부터 비싼 걸 살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. 처음 시작할 때는 내 손 모양에 맞는 지공의 느낌을 익히고 기본적인 스텝과 릴리즈 감각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. 따라서 초보자 단계에서는 굳이 몇십만 원짜리 최신 하이엔드 공을 고집할 필요 없이 중고나 싼 걸로 시작해서 감을 잡는 것으로도 충분하다. 처음부터 너무 좋은 장비를 사면 오일 패턴이나 구질에 따른 공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장비 탓만 하게 될 수도 있다.

볼링을 새로 시작하려는 주변 사람들이 장비 추천을 달라고 하면 나는 항상 첫 장비는 가성비 좋은 하우스 파운드 공이나 저렴한 엔트리급 공, 아니면 상태 좋은 중고 공으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. 신발과 가방 역시 가장 기본형으로 구비해 두고, 내 폼이 잡히고 구질이 확립되었을 때 비로소 내 투구 스타일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정식 장비를 선택하는 것이 돈을 아끼고 볼링을 오래 즐기는 지름길이다. 30만원이라는 돈이 당시에는 큰 지출처럼 느껴졌지만, 결과적으로 내가 볼링이라는 취미에 깊게 빠져들게 만든 계기가 되었으니 아깝지는 않다. 그래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알아보고 합리적인 가격의 기본 세트로 시작했을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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